날씨가 맑아졌다. 기분이 좋다ㅎ
오늘은 조금 무거운 이야기이다. 배경음악도 그렇다.
Damien Rice 의 "Elephant"
학원에서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느 날처럼 노래를 들으면서 느릿느릿 걸어서 가고 있었다. 흥얼거리면서 가는데 멀리서 차가 달려 오는게 보였다. 내 옆으로 차는 지나갔다. 불과 몇초 뿐이었지만....
그 차에는 서너명이 타고있었다. 어린 애들이었다. 운전자는 누군지 잘 못봤지만..
내옆을 지나가는 순간 창문으로 손이 불쑥 나오더니,
나를 향한 욕설과 함께 계란이 날아왔다.
깔깔대는 웃음소리와 함께 차는 다시 나에게서 멀어져 갔고 내 옷은 계란으로 범벅이 되었다.
질질 흘러내리는 계란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와서 더러워진 옷을 빨면서 너무 화가 났다. 눈물도 날려고 그랬다.
옷이야 빨면 그만이지만 이 마음은 어떻게 하나..
인종차별. 책에서 신문에서 티비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당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알았다. 아 인종차별을 왜 나쁘다고 하는지... 이게 얼마나 사람을 무력하고 비참하게 만드는지..
ASDA(이마트 같은 대형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갔다. 장보고 계산하려고 줄서있었는데.. casher가 일을 참 열심히 하고 있었다. 내 앞사람과 이야기를 하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친절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내 차례가 됬을 때 casher한테 웃으면서 인사를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눈길 한번 조차.
인사는 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사람은 나에게 그 친절함과 미소를 베풀지 않았다.
본머스에서 어느정도 적응을 했을 무렵의 일이었다. 그 전까지 별 생각없이 살았는데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 예민해 졌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 나에게 보이는 행동. 나에게 하는 말.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너무 예민해 져서 피해의식까지 생겼다.
언젠가는 길을 가다가 "asian monkey" 라구 말하는 것을 들었다. 주위에 아시아인은 나밖에 없었고, 그러므로 나를 보고 한 말이었다. 어린애 목소리였다. 기가 막혔다. 나는 사람인데.. 말도 할 줄 알고 문화와 지식을 가지고있는 문명인인데 원숭이라니.. 대체 누가 그런건지 주위를 둘러봤는데, 숨어버렸는지 누군지도 잘 모르겠고... 그것으로 그날을 망쳤다.
그 때 즈음이었다.
"I have a dream"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연설이 생각이 나서 찾아서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 분명히 예전에 읽었던 것인데..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몰랐었던 거다.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몇 가지 일들을 써놓았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들어본 바, 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클럽에서 동양인들이 거절당했던 일.
살짝 스쳤을 뿐인데 역정을 내는 주민.
내가 먼저 왔는데 나만 계속 기다리게 만드는 점원, 은행원 등등.
아르바이트나 일자리를 구할때의 불이익.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돌맹이를 던지고 소리지르던 일.
음.. 모두가 인종차별을 하는건 아니었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한두번의 그런 경험들이 끔찍한 추억이 되서 상처로 남았다. 뭐 나중에는 '신경쓰지 말자' 라고 생각하면서 한귀로 흘려버리고, 비웃어 주었다. '내가 원숭이면 너는 고릴라다 미친아~' 이러면서?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깨닫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인종차별은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나라사람들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이 나쁜 것이지 그 국가가 나쁜 것은 아니다. 어딜가나 있기 마련이다.
인종차별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존재한다.(우리나라에는 백인들에 대한 자국민의 역차별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다른 나라들 보다 더 심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에서 온 사람들을 멸시하는 한국인들이 많다.
외국인 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한국인.
길을 물어보아도 본체만체 그냥 지나가는 한국인.
흑인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실실 웃는 한국인.
같은 인종인데도 중국인을 보면서 비웃는 한국인.
국제결혼으로 온 여성들을 보면서 수군거리는 한국인.
앞에서 대놓고 짱개라느니 깜둥이라느니 팔려왔다느니 말하는 한국인.
모를 거다. 자기들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을 것이다.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사소한 눈빛, 몸짓, 행동에도 그들은 민감하게 느낄 수 있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에서 온 사람들이 우습고, 열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생각을 버리길 바란다. 생각만으로도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2세들에게.. 생각을 버릴 수 없다해도 의식적으로... 차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구촌 시대다, 세계화다, 말은 잘 하는데 다들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는 것 같다.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도 잘 이루어 지는것 같지 않고.. 집에서 못하면 학교에서라도 해야하는데.. 휴..
오늘은 글이 잘 안써진다ㅠ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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