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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택시 이야기

나는 택시를 많이 탄다. 친구들 만나고 집에 갈때도 타고, 술마시고 밤 늦게도 타고, 터미널에서 집으루 갈때도 타고, 아침에 늦잠자서 학교에 빨리 가야 할 때도 탄다.


택시기사들은 미친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1. 터미널에 가려구 택시를 탔다. 아저씨 터미널 가주세요. 달린다. 2800이다. 나는 만원을 줬다. 아저씨가 200원을 주고 칠천원을 센다. 하나, 둘, 셋..... 일곱. 분명 일곱이랬다. 근데 내가 본건 여섯장인데.. 받아서 확인해 본다. 여섯장이 맞다. 아저씨한테 육천원이라고 천원 더 달라고 해서 쳐다도 안보고 성의없이 주는 돈을 성의없이 뺏어서 내린다. 짜증이 치민다.

2. 아저씨 대전역으루 가주세요. 3800원이 나왔다. 4000원을 줬다. 아저씨가 잔돈을 안준다. 5초간 기다렸는데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저씨 잔돈 안줘요?] 내가 내뱉은 한마디에 기사가 짜증을 낸다. [아니 무슨 200원을 받아 갈라 그래?] 200원을 기어코 받아서 내린다.

3. 실습하러 9시까지 가야하는데 8시 50분. 콜택시를 불렀다. 약국을 100미터 앞두고 차가 밀린다. 내려달라고 했다. 택시기사가 [아 씨] 이런다. 그러더니 앞으로는 이런식으로 하지 말랜다. 기분 나쁘다고 한다. 신호등까지 함께 해주지 못해서 진심으로 미안하다.

4. 밤에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집으로 가려고 줄서있는 택시를 탔다. [아저씨 어디로 가요~] 했더니. [안가요 내리세요.] [아니 왜요?] [여기 30분동안 줄서있는거 안보여요? 거기가려고 줄슨줄 알아?]. 아 드러워.

5. 택시를 탔다. 2200원인데 만원을 냈다. [앞으로는 잔돈 좀 가지고 다녀요~이게 뭐하는 짓이야]. 잔돈을 확인하고 태우던가 그럼.

6. 다른 지방에서 택시를 탔다. 아저씨 어디어디 가주세요. 택시가 돈다. 빠른 길을 내버려 두고 빙빙빙 돈다. 사투리를 배우지 못한 탓이다.

7. 내가 운전할때야 택시들 하는 꼬라지 말해봐야 입만 아프지.

1. 택시를 탔다. 웬 수첩이 있다. 수첩을 열어본다. [안녕하세요 기사 ㅇㅇㅇ입니다. 제 택시를 타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이 수첩은 손님들의 방명록입니다. 2년째 쓰고 있는 방명록인데, 제게는 큰 힘이 된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수첩은 꽤 두툼했는데 이백 페이지가 넘어 보이는 분량을 손님들이 써내려 가고 있었다. [아저씨 감동이에요~] [어머 이택시 두번째 타요.. 지난번에두 썼었는데.. 진짜 신기하네요] [ㅇㅇ고등학교 3학년 1반 짱~!] [중앙여고 퀸카 01x-xxxx-xxxx]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길 바랍니다] 등등... 나도 한마디 썼다. [아저씨는 좋은 기사분 같아요].

2. 밤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는 멀리 갈지라도 줄서있는 택시 절대로 안탄다. 줄서 잇는 택시 냅두고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아니 왜 저기 택시 많은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아.. 그냥 뭐..하하] [재들이 안태워줘요?] [아... 네;; 그렇더라구여..] [아이구 미친x들 손님이 우선이지 누가 거기 서있으래~? 택시 기사들이 참 이기적이죠 학생?] [아니에요.. 뭐 이해가 되기도 해요] [학생 다음부터는 저거 그냥 타요. 안간다 그러면 신고한다고 그래~그럼 안가고 배겨? 날도 추운데 왜 나와서 택시를 잡구 있어 그래 쯧쯧]

3. [아저씨 xx농협 가주세요] [학원 선생님이에요?] 무슨 소린가 했다. 아마 그쪽에 학원이 많아서 내가 학원 선생으로 보인 모양이다. [아니에요~ 대학생이에요;;4학년인데 이제..] [아 그렇구먼.. 어디, 영어 학원 가는거야? 힘들겠네 4학년이면 취직도 해야하고] [네 죽겠어요.. ] [그래도 준비하면 꼭 취직할꺼야 우리 딸도 올해 졸업했는데, 그 어디 외국놈이 하는 회사에 들어갔어~ 영어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지~] [아 그래요? 좋겠다. 외국계 회사 들어가기 힘들텐데~~] 뭔가 했더니 딸 자랑이 주렁주렁 열린다. 아저씨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 맞장구나 쳐 주고 있었다. 빽미러에서 타고 내려오는 줄끝에 조그만 팬던트가 달려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진이다. [얘가 내딸이야~] 자랑스러워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 아저씨의 손은 그 팬던트를 쥐고 있다. 아마 나더러 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꽤나 이쁘게 생겼다. 아저씨가 사진넣어서 사달라고 하진 않았을 꺼다. 절대로. 아버지는 딸에게 그런 걸 달라고 않는다. 그럼 딸이 줬겠지. 제법 생각이 있는 아이다. [어이구 미인이네요 좋은데 취직두 하고 아저씨 참 좋으시겠어요~ 하하] 형식적으로 맞장구나 쳐주던 나는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4. 택시를 탔는데 아저씨가 컬투를 듣고 있다. 컬투의 사연을 듣고 있자니 웃음이 킥킥 나온다. 아저씨도 덩달아 킥킥 거린다. 웃음을 참고 있었던 내가 그만 웃음을 빵 터뜨린다. 아저씨도 덩할아 호쾌하게 웃는다. 우리는 한참 동안 같이 웃었다. [아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누구는 기사고 누구는 손님이고 구분 따위 없이 우리는 함께 웃었다.


미친놈들은 어디에나 있다. 국회의원도 의사도 판사도 한 나라의 원수도 미친놈들이 많다.

택시기사들을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해서 미안하다. 

택시기사는 그냥 직업일 뿐이다. 택시기사는 게시판 지기다. 택시기사는 내편이며, 아버지다. 택시기사도 나처럼 컬투를 들으며 웃는다.
그들은 하루에 수백명의 모르는 사람을 태우고 길거리를 누빈다. 그들은 하루 10만원에 달하는 돈을 회사에 바쳐야 한다. 그래야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들도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나와같은 사람일 뿐이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한테 잘해줄꺼아냐 ~_~